썼다, 지웠다.

책을 번역하고 있다.
그 과정이 지루하기도 하고
결과가 두렵기도 해서
역자후기를 썼다,
가 지웠다. 지금
똥폼 잡을 때가 아니다. 그리고
후기는 일이 끝난 다음에 쓰는 것이다.

날씨

이땅의 날씨가 나빴다,
고 그는 썼다.
눈. 비. 바람.
아주 구색을 제대로 갖춘 날씨다.
환장하기 딱 좋다.
날씨가 나쁘면
내가 홀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 속에 있는 존재라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