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감

2박3일 동안의 수련회에 다녀온 막내는 수련회가 어떠했느냐는 내 질문에 “규율이 엄격했어”라고만 대답했다.

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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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은 꼭 순정 주먹이 아니어도 좋다.
색도 구리고 모양도 구리지만
파워는 구리지 않다.
조막손, 이제부터 이게 내 주먹이다.
이건 내 싸움이다.

헛똑똑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차례를 기다린다. 10여명이 내 앞에 있다. 잠깐 딴짓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새 내 차례가 지나간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다.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친 적도 여러 번이다. 다시 번호표를 뽑아든다. 또 딴짓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 번호가 호출되어 있다. 나는 카운터로 다가가 번호표를 내밀면서 12345678이라고 말한다. 직원이 신분증이나 진료카드를 달라고 한다. 나는 선명한 발음으로 12345678이라고 말한다. 직원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키보드로 내가 누구인지 조회한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나처럼 스마트한 환자도 있는거라구. 직원이 고개를 들더니 그런 번호는 등록돼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럴 리가 없다. 멍청한 병원 같으니라구. 다 귀찮아진 나는 운전면허증을 내민다. 직원은 내 주민등록번호로 내가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채혈 순서가 인쇄된 번호표를 뽑아준다. 10345678이네요, 라고 덧붙여 말하면서. 직원이, 세상엔 꼭 너처럼 잘난 척하는 인간들이 많지, 하는 거 같다. 채혈실 안에도 사람들이 많다. 하얀 가운 입고 앉아 피를 뽑는 여자들, 다 드라큐라처럼 생겼다. 주사바늘이 혈관을 파고든다. 지랄처럼 따갑다. 피같은 내 피, 참 많이도 뽑아 간다.

쌤통

오늘 아침, 아내에게 저 추억의 놀이, 아이스께끼를 시도하다가 일격을 당했다, 몸의 중심부에. 스스로 생각해도 고소하다.

<이터널 선샤인>

다음은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이다.

There’s a silence.
CLEMENTINE My name’s Clementine, by the way.
JOEL I’m Joel.
CLEMENTINE No jokes about my name? Oh, you wouldn’t do that; you’re trying to be nice.
JOEL I don’t know any jokes about your name.
CLEMENTINE Huckleberry Hound?
JOEL I don’t know what that means.
CLEMENTINE Huckleberry Hound! What, are you nuts?
JOEL It’s been suggested.
CLEMENTINE (singing)
“Oh my darlin’, oh my darlin’, oh my darlin’ Clementine”? No? Nothin’?
JOEL Sorry. It’s a pretty name, though. It means “merciful”, right? Clemency?
CLEMENTINE (impressed) Yeah. Although it hardly fits. I’m a vindictive little bitch, truth be told.
JOEL See, I wouldn’t think that about you.
CLEMENTINE (pissy) Why wouldn’t you think that about me?
JOEL I don’t know. I was just… I don’t know. I was just… You seemed nice, so —
CLEMENTINE Now I’m nice? Don’t you know any other adjectives? There’s careless and snotty and overbearing and argumentative… mumpish.
JOEL (mumbling) Well, anyway… Sorry.
They sit in silence for a while.

“멋지다고요? 아는 형용사가 그거밖에 없어요? 칠칠맞은*도 있고, 재수없는도 있고, 건방떠는도 있고, 따지고드는도 있고, 또 … 쌀쌀맞은도 있잖아요.” 요금 클레멘타인의 이 대사가 가끔 생각난다. 그냥 그렇다.


* 안다. 칠칠치 못하다가 맞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