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시고 있다 1

요즘 나는 토마토, 줄 바꿔서, 스파게티소스 빈 병에 대고 시를 중얼거린다 다 중얼거리고 나면 병 뚜껑을 얼른 닫아 한 켠에 잘 두었다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내다버린다 얼마 전까지는 변기에 대고 시를 중얼거린 다음에 시물을 확 내렸는데 그게 내 시한테 너무 못 할 짓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산길에서 중얼거리고 개천길에서 중얼거리고 봉고3 수동변속기를 조작하며 중얼거리며 이토록 잘 시고 있다

오늘의 문장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도수분포표, 히스토그램, 상대도수분포표, 줄기와 잎 그림 등을 쉽게 그릴 수 있다. 그 방법은 부록 CD를 참조하여라.” (기본 수학의 정석, 확률과 통계)

우물 정 자에 대한 어떤 기억이
복정역을 지나는데 합정역을 떠오르게 한다

틈만 나면 틈이 나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뚫고 나갈 틈도 없다

단어 하나 토씨 하나
헤집어 들여보낼 수도
토해 내보낼 수도 없다

도무지

내가 틈이고
내가 균열이고
내가 갈라짐이다

그러나 틈이 나면
잘 하면
어쩌면
이 벽이
이 문이

생강빵등산맨

생강을 다듬으며 생각한다
생강빵맨은 생강이면서 빵이면서 맨이구나
큐브의 도를 나는 결국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생강빵맨 생각이 오늘 내가 한 생각의 전부였다
나는 물질이면서 슬픔이면서 정신이었다
물질을 다듬는 심정으로 산길을 걸어다닐 것이다
나는 큐브 맞추는 물질이다
마지막 서술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