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엉켜 있는 페이지

일요일 새벽. 또 잠에서 깬다. 다 포기하고 그가 가기 전에 쓴 글을 읽는다. 2011년 8월 15일의 글 다음에 8월 17일이 글이 있고, 그 다음에 8월 16일의 글이 있다. 문제의 페이지는 62, 63쪽이다. 편집상의 실수인지 뭔지 모르겠다. 뭐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한 겹 전기 장판이 아니었다면 지난 새벽은 못내 추웠을 것이다. 빈 속이 쓰리다. 멸치 육수 내서 국수를 말면 오전은 다 갈 것이다.

본네트 버드

본네트 높이로 날며
본네트 높이의 세상을 사는 새.
그라운드 허깅 버드.

언젠가 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리 써둔 내 묘비명은 이렇다.

그라운드 허깅 버드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다.

내친김에 섬까지
아주. 멀리. 영원히.

발톱 깍기

발톱을 깍는 일은 큰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앞 문장을 쓰고 발톱을 깎기 시작했다.)

할 수만 있다면 외주라도 맡기고 싶은 심정이다.

(중간에 이 문장을 덧붙였다.)

다 깎았다. 한동안 편안할 것이다.

후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대학원을 갔어야 했다.

좌충우돌

그런데 엄마, 좌충이 하고 우돌이 하고 부딪히면 누가 이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