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대생이 출타한 틈을 타 그의 작품을 재미삼아 망가뜨려놓은 고양이, 오늘 미대생이 방에서 나오자 쪼르르 달려가 야옹야옹 거리며 운다.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미대생은 그 작품으로 학점을 받아야 하는데, 오오, 고양이여, 고양이여, 너는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구나. 시월이고 비 온다.
어제 미대생이 출타한 틈을 타 그의 작품을 재미삼아 망가뜨려놓은 고양이, 오늘 미대생이 방에서 나오자 쪼르르 달려가 야옹야옹 거리며 운다.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미대생은 그 작품으로 학점을 받아야 하는데, 오오, 고양이여, 고양이여, 너는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구나. 시월이고 비 온다.
잘못 온 택배를 제 집에 가져다 주러 가다가 옆 라인 현관 앞 계단에서 넘어질 뻔 하였으나, 손에 든 핸드폰으로 계단 모서리를 살짝 짚어 대형 참사를 면하였도다. 마음 같아서야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맨손으로 짚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액정에 금이 갔길래, 강화유리가 또 갈라졌군, 별일 아니야, 갈아붙이면 돼, 가던 길 마저 가야지, 하며 수십수백수천 계단을 걸어올라 택배 상자를 주소지 문앞에 두고, 수십수백수천 걸음을 걸어 집에 돌아와 평소 유비무환 정신으로 수십수백수천 장을 사모은 강화유리를 꺼내놓고 깨진 강화유리를 떼어냈더니, 아 사고 당시 겉만 깨진 것이 아니라 속까지 깨졌던 것이었다.
거 세상 굽어보며 위에 계시다는 양반, 나한테 왜 그래요? 로또 사라는 뜻이에요?
언어를 생각하는 대신, 아이폰으로 차창 밖을 찍는다. 저 불빛 속에 무엇이 있는가. 언어가 있는가. 모종의 그리움이, 모종의 안타까움이, 그리하여 결국 모종의 슬픔이 있는가. 저 창밖의 풍경을 잠시, 그러니까 10초, 15초 동영상으로 포박해 두면 나는 나인가. 이 영상을 그것에 이어 붙이면 그림이 되겠다 생각하는 나는, 단어와 문장에 괴로워 하던 나인가.
아내가 빵가게 가서 빵 사오라는 걸 싫다고 하였다. 아내는, 싫으면 관둬라, 내 아들 시킬란다, 하였다. 그 아들들 다 디비 주무신다. 아니다. 한 분은 사실 일어나 유튜브 컨텐츠, 웹툰 컨텐츠, 뭐 이딴 거 과소비하고 계시지만 글의 재미를 위해서 그냥 다 잔다고 하는 거다. 지금이 토요일 오전 10시인데 이따 사위가 깜깜해질 때까지 아들들 다 쿨쿨 자면 좋겠다. 그래야 아내가 나라는 존재의 무지 유용함을 깨닳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싫다하면 심부름값을 주겠다든가 봄이고 나들이철이고 하니 포르쉐 한 대 뽑아주겠다든가 하며 딜을 해와야지 저리 순순히 물러설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