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 야옹, 야옹.”
고양이가 보챈다.
“나 2주 뒤에 가는데 어쩌려고 그래?”
막내가 응석을 받아주며 말한다.
아이패드로 중요한 거 보고 있던 나는 이 말에 또 슬프다.
막내도 곧 간다.
“야옹, 야옹, 야옹.”
고양이가 보챈다.
“나 2주 뒤에 가는데 어쩌려고 그래?”
막내가 응석을 받아주며 말한다.
아이패드로 중요한 거 보고 있던 나는 이 말에 또 슬프다.
막내도 곧 간다.
산에는 대부분의 나무가 비탈에 서 있다. 비탈에 서 있는 나무가 평지를 꿈꾸는지는 알 수 없다. 비탈에 서 있는 나무가 비탈 저 아래 나무에 견주어 자신의 처지를 만족스럽게 여기는지도 알 수 없다. 산은 무엇보다도 비탈이고 산에 살고자 하면 비탈에 정착해야 한다.
안녕하세요. 나는 고혈압 바위덩어리입니다. 미동도 없이 붕어처럼 퍼덕거리며 이 슬픔의 궤도를 묵묵히 지나가는 중이죠. 이 환란의 삶에서 그래도 근근이 몇 문장만 더 쓰고, 다만 안녕히 계세요, 하고 작별인사를 하겠습니다. 이것은 첫문장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손님 맞이용으로 올려놓은 꽃병의 꽃을 고양이가 먹는다.
야, 너 뭐해. 내려 와. 안 내려 와.
화들짝 제지하는 아내이다.
나는 세상의 간난에 시달리고 나부끼다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집에 오니 슬픈 소식이 당도해 있다. 시속 30km/h 구간에서 42km/h로 달렸다고 과태료 통지서가 당도해 있다.
야, 너 삐졌어?
고양이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내가 고양이를 달래는 소리가 들린다.
삐지고 달램 받는 것은 본 따위님이나 하는 거인데,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살다살다 이제는 고양이하고 애정을 다투게 생겼다. 어서 삐져야 하는데 당장은 삐질 일이 없다.
그 둘은 레이터의 표현을 따르면 “행복한 허튼짓들을 하며 세월을 허송했다.”
—사울 레이터, 열화당 사진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