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나우와 한참동안 시답잖은 입씨름을 했다.
따위: 너는 도무지 생각하는 걸 귀찮아 하니까 네 머리는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머리다.
나우: 아빠, 내 머리가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머리면 내가 어떻게 2단을 외우고, 10단을 외우고, 100단을 외워?
따위: 그딴 건 기엽이도 할 수 있는 거다.
나우: 기엽아, 너 2단 한번 외워봐.
기엽: 몰라.
나우: 거봐.
따위: 기엽아, 해봐. 십일은 십, 십이는 이십, 십삼은 삼십…
기엽: 몰라.
나우: 거봐.
따위: 아무튼 네 머리가 생각하는 기능이 있는 머리면 어떻게 ‘삼사십이 삼오십오’한 다음에 ‘삼육십칠’할 수가 있냐?
나우: 그거야…
따위: 아무튼 너는 조금만 복잡해지면 생각을 안하려고 하니까 네 머리는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머리다.
나우: (분해서 씩씩 거리며 더듬더듬 삼단을 외운 다음) 됐지? 내 머리도 생각하는 기능이 있는 머리 맞지?
따위: 어디, 그럼 사단을 외워봐.
나우: 사일은 사, 사이 팔, 사삼???
따위: 그럼 ‘삼사’는 얼마야?
나우: 삼사?
따위: 응.
나우: 십이.
따위: ‘삼사가 십이’니까 ‘사삼도 십이’야. 자, 사단 다시 해봐.
나우: 사일은 사, 사이 팔, 사삼???, 에이 몰라 안 할래.
따위: 거봐. 네 머리는 생각하는 기능이 없는 머리라니깐.
나우: 아이 정말, 아빠, 내 머리가 생각하는 기능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2단을 외우고, 10단을 외우고, 100단을 외우냐니깐!
따위: 그럼 사단 외워봐.
나우: 싫어!
따위: 거봐.
나우: 흥, 이따가 할머니한테 물어볼거야.
따위: 좋다, 할머니한테 여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