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베어 지음, 곽인찬 옮김, < <악마와의 동침>>, 중심, 2004
걸프전이 나던 해 어느 날 세상에 함박눈이 내렸다. 동네 아이들이 골목에 몰려 나와서 눈싸움을 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두 편으로 갈렸는데 서로들 자기네가 ‘다국적군’이라고 우겼다. 아이들이었지만, 아니 아이들이었기에 더더욱 ‘다국적군’이라는 ‘정의의 타이틀’을 양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걸 양보한다는 건 자신들이 다국적군의 적, 즉 ‘악’이 된다는 건데 차라리 눈싸움을 안 하면 안했지, 그건 도대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니까. 아이들의 눈싸움은 결국 두 정의의 다국적군의 싸움이 되었다.
그 다국적군을 뭐라고 부르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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