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길

병원 가는 길에 어떤 문장 하나를 읽었다

“필요시 누구든지 살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자 나는 갑자기 뭔가를 막 살포하고 싶어졌다

우선 머리를 털어 비듬을 살포했다

다음으로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싶었는데

불행하게도 내겐 최루가스가 없었다

그래서 대신에 나는 도발적인 웃음을 살포했다

사람들이 저런 미친 놈을 봤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지나갔다

나는 곧 웃음을 멈추었다

어떤 고딩 놈이 거리에 침을 찍─ 뱉었다

어떤 행인이 그 침을 밟고 지나갔다

12월의 아파트 그늘진 거리는 추웠다

“4개월 뒤에 봅시다.”

의사가 말했다

그땐 봄일 것이다

연락 連絡

1.
친구가 좋지 않은 일을 당했는데 당신에게는 연락이 없었다면 당신은 그 친구(들)에게 ‘아웃’된 것이다. 나는 원아웃이다.

2.
외국 나가 있는 친구가 한국에 다녀가게 되서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잔 했는데, 당신은 커뮤너티 게시판에다가 그 친구에게 언제 한번 안 들어오냐고 묻고 있다면 당신은 그 친구(들)에게 ‘아웃’된 것이다. 그도 원아웃이다.

3.
연락하고 살자.
(이건 순전히 나한테 하는 소리다.)

과음방지 벨 창착인간

“과속방지 벨 장착차량”
이는 내가 평소 타고 다니는 노선버스의 앞 유리창에 붙어있는 말이다.
과연, 뭔가가 장착되어 있기는 장착되어 있는 모양이어서 버스가 규정속도를 넘겨 과속으로 달리면 어김 없이 벨(이라고 하기 보다는 삑삑 거리는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린다. 시끄러 죽겠다.

세상이여, 나는 지금 “과음방지 벨 장착인간”이다.
나는 지금 망년회 간다.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