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웠던 우리 기쁜 젊은 날들의 가슴팍처럼 부산집의 벽은 온통 낙서로 가득하다. 매일 밤 누군가가 여기에 와서 내벽에 뭔가를 적었다. 누구는 혁명을 썼고 누구는 사랑을 썼고 누구는 만남을 썼고 누구는 절망을 썼다. 누구는 저렇게 커다란 함성을 새겼다.
그러나 오래 전에 우리는 그곳을 떠나왔으며 더 이상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 그저 어쩌다가 택시를 집어 타고 어쩌면 ‘귀소의 새’처럼 그곳으로 달려갈 뿐이다.
오늘 밤 나를, 어느 결에 저 곳을 떠나와 여태 삶을 헤메고 있는 이 가엾은 영혼을 저 곳으로 견인해 갈 사람, 여기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