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으로 뛴다는 말, 말은 좋다만 사기다. 뛰는 건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뛰는 거다. 여기서 이대로 쓰러지지 않겠다고,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바퀴만 더 뛰고 죽겠다고, 다짐에 결심을 보탠다고 해도 실제로 뛰어주는 것은 결국 몸이다. 사고는 운전자가 치고, 나머지는 하이카가 다 알아서 해 주듯이, 결심은 정신이 하고 뒤처리는 몸이 하는 거다. 그러니 정신은 믿을 게 못된다. 믿을 건 오로지 몸뿐이다. 그리고 배 나온 몸도 몸은 몸이다. 어쨌든 이 몸으로 살아봐야 하는 거다.
간판
영빈장 귀빈장 대림장 기린장 사슴장 밤마차 꽃마차 미인촌 미시촌 과부촌 생과부촌 성공 비즈니스 울트라 하이퍼 수퍼 초 강력 완전 파격 폭탄 왕창 충격 쌩 경악 기념 순 긴급 대 방출 고객사은 왕대박 세일 피부 경락 선탠 파출부 인력 복 아구찜 해장국 중고차 암탉 전문 영계 직장인 대학생 알바 항시 상시 일년 삼백육십오일 늘 언제나 주야장천 밤낮으로 대기하는
이 시각적 생지옥을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보면
나도 대문짝만한 간판하나
부끄러이 내걸고 싶어진다
보이느냐. 사람들아
나 여기 있다
수색 지나 검문소 가는 길
나 여기
하얀 바탕 빨간 글씨
‘빵꾸’로 서 있다
어딘가 빵꾸난 사람들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대충 땜빵해 주리라
연적(戀敵)
일요일 아침에 모처럼 나 혼자 아내를 독차지하고 히히덕거리고 있는데 거실에서 TV보던 딸아이가 안방에 난입해서 아내를 끌어안은 내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아내에게서 강제로 분리한다. 이어서 거실에서 퍼즐 맞추기를 하던 아들아이가 따라 들어와 아내의 허벅지 사이에서 내 대퇴부를 제거한다. 아이들은 아내를 스카우트해서 빼내간다. 나가서 지들끼리 일요일 아침을 먹는다. 나를 안방에 내팽개쳐 두고…… |
스토킹 혹은 유어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 2004년 5월 29일, 집 근처 공원, FM2, Fuji Auto 200
놔, 이거. 우리 엄마야.
아냐. 우리 엄마야.
안 놔, 이거. 우리 엄마라니깐.
아냐, 아냐. 우리 엄마야.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맞지? 응?
우리 엄마 손 놓고 너는 아빠한테 가.
싫어. 니가 아빠한테 가. 난 엄마하고 있을거야.
아냐, 우리 엄마야. 내가 엄마 손 잡고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