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에 올라선다. 며칠째 눈금이 그대로다. 절망하는 나를 향하여 다들 한마디씩 한다.
__한 며칠 굶으면 돼.
__지금 그대로가 딱 좋아. 거기서 더 빠지면 사람이 볼품이 없어져.
__뱃살만 집어넣으면 돼. 뱃살만.
이때 나우가 나서더니 한 마디 한다. 뒤집어 졌다.
__아빠, 배를 옷 속으로 집어넣어.
개구장이들
─ 2004년 6월 12일, FM2, Nikkor 50mm 1:1.4F, Fuji Superia 200
니가 ‘개기면’ 아빠는 슬프단다
나우가 부쩍 컸다. 이제 개기기 시작한다. 이런 식이다.
따위: 이나우, 너 한 번만 더 그렇게 하면 혼나.
나우: 어떻게 혼나는데?
따위: 이걸로 세대 때려줄거야.
나우: 어디 때릴건데?
따위: 종아리 때려줄거야.
나우: 아프게 때릴거야?
따위: 응.
나우: 어디 때려봐.(그러더니 씩씩하게 달려와 종아리를 내미는)
따위: 뜨아.
道를 딲든지 해야지. 이거. 원. 허허.
잠을 청하다 청하다 지쳐 포기하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다.
불면증이 다시 도지려나?
”
그 시절에는 뒤척임 없이 잠드는 밤은 없었다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귀를 틀어막아도
금속성 고양이 울음소리가 고막을 할켜대고
어떤 풀벌레도 울지 않았다
”
또 도화선 타들어간다.
2004년 6월 8일, 신촌역
─ Canon EOS Rebel, EF 35~80mm 1:4~5.6F, Fuji Superia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