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로 산다는 건 참 힘들겠다.”

“쥐로 산다는 건 참 힘들겠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 아냐. 사람들은 펄쩍 뛰며 도망치기 일쑤고 ‘앗, 끔찍한 쥐!’라고 소리치지. 만약 사람들이 날 보고 비명 지르며 펄쩍 뛰고, ‘앗, 끔찍한 사라!’ 하고 소리치며 날 잡으려고 덫을 만들어 거짓 저녁거리를 넣어 둔다면 아주 싫을 거야. 참새로 사는 것과는 달라. 하지만 이 쥐도 원해서 쥐로 태어난 건 아니야. 아무도 ‘너 참새가 될래?’라고 묻지 않았어.”

“I dare say it is rather hard to be a rat,” she mused. “Nobody likes you.  People jump and run away and scream out, `Oh, a horrid rat!’  I shouldn’t like people to scream and jump and say, `Oh, a horrid Sara!’ the moment they saw me.  And set traps for me, and pretend they were dinner.  It’s so different to be a sparrow. But nobody asked this rat if he wanted to be a rat when he was made. Nobody said, `Wouldn’t you rather be a sparrow?'”

─ 프랜시스 호치슨 버넷, <<소공녀>> 중에서

그러니 사람들아, MB한테 너무 뭐라 그러지 마라.

따위: 언이는 말이야, 니들이 평생 달고 살아야 할 혹이라고 생각해. 뗄래야 뗄 수 없는.
엽: 그냥 잠시 동안만이라도 떼어 놓으면 안 돼?
따위: 안 돼! 이 아빠는 말이다. 뗄 수 없는 혹이 세 개나 있단 말이다.
우: 그럼 엄마는 혹이 네 개겠네.

남대문 연가

2010년 6월 15일 오후 2시
6.15 선언 10주년 기념으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자
한국은행 금융박물관에서 막 걸어 나오던
중년의 외국인 남녀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국민학교 시절
민방공 싸이렌이 울리면
작아서 잘 들어가지도 않던
정부미 비닐봉지를 복면강도처럼 얼굴에 뒤집어 쓰고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
숨막혀
답답해
하던 기억을 가진 중년의 사내가
그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미지가 점령한 거리
야, 우리가 아르헨을 어떻게 이기냐?
형, 내기 할래요? 만원 내기?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맨 두 명이 시답잖은 내기를 벌이며 지나간다
어려운 일 생기면 연락하라던
고교 동창이 하는 병원이 아마 저기 어디 쯤일 것이다
날은 더운데 버스는 안오고
날이 더우면 그리운 사람도 그립지 않다

태극전사

생각 없이 ‘태극전사’라는 말을 쓰지 말 것. 월드컵은 전쟁이 아니며, 선수들은 군인이 아니다. 전쟁의 은유는 전쟁을 내면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