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지음), <<타워>>, 오멜라스, 2009

당신은 당신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였지. 나는 나의 독후감을 한 줄에 줄인다. ‘번뜩이는 기상과 농담!’ 이로써 독후감은 끝났다.

이하 번외 편:

1.
이 변기에 이어지는 오수관의 먼 저쪽 어딘가에는 이 도시의 똥오줌을 받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이 있을 것이다. 그곳은 당연히 이천년 동안 안 빨아 입었다는 저 전설적인 도깨비 빤스보다 더 냄새 나고 더 더러울 것인데 한겨울 아침 나는 변기에 앉아 분뇨 처리장의 더러움에 내 육신에서 나온 더러움을 더하는 문제를 깊이 생각중이다. 배명훈의 타워를 읽고 촉발된 이 분뇨 같은 글은 곧 <<타워>>에 관한 분뇨가 넘쳐나는 인터넷 분뇨처리장에 합류할 것이므로.

2.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에 글쓰는 게 꼭 똥 싸는 거 같다.

3.
50만명이 사는 거대한 타워, 빈스토크의 분뇨는 다 어디로 가나? 내가 무슨 뉴욕 센트럴 파크 연못 오리들이 겨울에 연못이 얼어붙으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는 홀든 콜필드 류는 아니다만 난 저게 궁금했다. 배명훈, 한 편 부탁한다. 수직주의자들의 똥과 수평주의자들의 똥이 만나 두둥실 어루러지는 이 아리땁디 아리따운 ‘더러운 세상’에 대하여!

4.
그래 니똥에서는 꽃향기 나고 내똥에서는 똥냄새 난다, 새꺄.

5.
여옥이가 역겨운 만큼이나 미애도 역겹다. 저 둘이 같은 종자라는 걸 어떻게 논증할 수 있을까?

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제6부 대장정을 다시 읽을 것. <스탈린의 아들은 이 굴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거친 러시아 욕설을 하늘에다 외치면서 그는 수용소 주위의 담장을 이루고 있는, 전기가 흐르고 있는 전선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철조망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결코 영국인들에게 변소를 더럽혀주지 않을 그의 육체가 그 속에 걸려 있었다.>나 <스탈린의 아들은 자신의 삶을 똥 때문에 버렸다. 그러나 똥을 위한 죽음은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다.> 같은 문장들이 있다.

7.
그리고 새삼스럽게 묻는다. 문학은 무엇인가?

8.
그나마 4번 문장이 제일 맘에 든다.

아들에게

행사는 2시에 시작인데 2시까지 가질 못했다. 그나마도 아예 참석을 안 할까 하다가 마지못해 간 것이다. 이제 태권도장서 하는 발표회는 심드렁하다.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다 수준이 거기서 거기라 볼 것도 없고 시끄럽기만 하고 좁아터진 곳에서 옴닥옴닥 앉아 있으려면 답답하고 그렇다. 아무튼 늘 그렇듯 본격적으로 쇼를 하기 전에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카드 전달식을 한 모양인데 늦게 가는 바람에 그걸 직접 받지 못했다. 다른 애들은 부모님께 직접 주는데 우리집 애들은 카드를 받아줄 부모가 없어서 서운했을까 모르겠다. 카드 내용도 맨날 거기서 거기라 집에 와서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좋은 주말 ‘되야 할’ 일요일 아침, 아이 책상에 카드가 놓여 있길래 무심코 집어 들어 읽었다.

부모님께
부모님,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는 2010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2010년에는 여름 방학 때 놀이 동산에 갔으면 좋겠어요.(제주도도 가지만……)

2010년에 부모님과의 약속
1).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기.
2). 말썽 피지 않기.(가끔은 피겠지만 -.-)
3). 동생과 싸우지 않기(맨날 그 녀석이 시비를 걸어서…)

아들아, 괄호치기를 참 잘 하는구나. 글을 쓰면서 괄호를 쳐서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네게도 슬슬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자의식 그거 때로는 사람 미치게 하는 건데. 너도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으니 네 내면에도 들어설 건 하나둘 씩 들어서야겠지, 암. 그리고 맨날 시비를 거는 그 망할 녀석 때문에 너도 인생이 영 괴로운 모양이구나. 아빠도 그렇단다. 어쩌겠니. 갖다 버릴 수도 없고. 그런 게 가족의 굴레라는 거다. 끝으로 놀이 동산에는 나중에 니 여자친구하고 가길 바란다. 아빠 돈 없다. 그나저나 니 엄마는 언제나 일어나 이 불쌍한 아빠 아침을 차려준다는 것이냐. 이상.

오늘의 문장

“적어도 집권자가 그들을 기만하려고 애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다수 대중은 정치생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 자, 그럼, 대중 여러분! 오늘도 좋은 정치생활 되세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4,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