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날이 흐리고
따위가 눕는다.

바람보다 후딱 누워
바람이 다 지나가도 자빠져 있다.

교과서

오호라, 이 녀석들이 ‘매너 파일런’이라는 역설적 용어와, 사람 성질 건드리는 그 고약한 방법을 어디서 배웠나 했더니 여기서 배웠구나. 만화책이라고 생각하고 안 사주었는데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사주어야겠다. 뭘? <<에쒸비>>를! 우리집에 13권까지 있는데 방금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31권까지 나와 있다. 16권까지 일단 세 권을 장바구니에 담기는 담았다만.

버스냐 넷째냐 그것이 문제로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아이씨에서 한남대교까지는 상습정체 구간이다. 어제는 급하다면 급하다할 만한, 실로, 참으로, 모름지기, 자고로, 중/차/대/한 일이 있어─나 말고 아내에게─이 구간을 지나며 버스전용차로를 살며시 이용했다. 우리 5인 일가족이 다 타고 있었지만 합법 주행 정족수에는 한 사람이 모자라 투명인간을 급조해서 동승시킬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언이를 깨워 앉혀, 밖에서 사람 머리가 하나라도 더 보이게 조치했다. 됐다. 가자.

졸지에 차가 씽씽 달리니 아이들만 신이 났다.

아빠, 우리 맨날 이리로 달리자. 다 서 있는데 우리만 빨리 가니까 좋다. 야, 이거 걸리면 벌금이 7만원인가 그래. 벌점도 있을 걸. 벌점이 뭐야? 국가가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벌로 운전자에게 하사하시는 점수란다. 벌점이 많으면 면허 정지나 면허 취소를 당할 수도 있어. 헐.

그러다가 기어이 넷째 하나만 더 제작하면 떳떳하게, 당당하게, 버스전용차로로 다닐 수 있다고 말하고 말했다. 예상대로 아내가 딴지다.

야, 우리집에 갓난애기가 징징거리며 기어다닌다고 생각해 봐라. 엄마, 그건 안 돼. 절대 안 돼. 마네킹 하나 태우고 다니면 되겠다. 야, 그러지 말고 니 미련곰탱이 인형이라도 적재하고 다니자. 그래, 그게 좋겠다.

이게 산 교육이지, 산 교육이 뭐 별 건가. 가족간의 국민과의 대화는 무르익어 가는데 운전자인 나는 속이 탄다. 걸리면 뭐라고 뻥을 치나? 부모님 임종 지키러 가는 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문득 치사한 생각이 하나 들었다. 애 셋을 태우고 다니는 차는 버스전용차로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국회에서 법 하나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게 그것이다. 그리 되면 국가는 출산율 높이니 좋고 나는 빨리 가니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국가 좋고 국민 좋고, 이래 좋고 저래 좋고, 좋고, 좋고, 좋고…

아깝다. 지난 번에 미디어법 의결할 때 이런 훌륭한 법안을 살며시 낑겨 넣었어야 하는 건데…
그냥 버스를 한 대 사야겠다.

어록

“그 이름도 찬란하다, 티눈약.”

“칼국수여, 드디어 내 입이 널 맛볼 수 있겠구나.”

닭다리네개연구소 3

“안드로메다 옆 닭다리세개연구소에서…”

아이들이 대화를 하면서 이런 고차원적 어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니 이 어찌 아니 가르친 보람이 없다 하지 아니 할 수 없지 않겠지 않는가. 어라? 그런데 난 분명 닭다리네개연구소라고 했는데 닭다리 하나는 어디 갔나? 저것들이 설마 나 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