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등어

“고등어는 살아 있어도 썩는다.”*

나는 고등어인가 인간인가

썩었는가

사람아

사랑아

*─ <<식객> 46화 자반고등어,에서 봤음.

집어 치우고

니체를 조금 읽다 집어 치우고, 칸트를 조금 읽다 집어 치우고, <<골렘>>을 조금 읽다 집어 치우고, <<수학사>>를 조금 읽다 집어 치우고, <<이소룡, 세계와 겨운 영혼의 승부사>>를 조금 읽다 옆으로 밀어두고, <<참호에서 보낸 1460일>>를 마저 읽다. 시베리아의 어느 부족은 이렇게 수를 헤아린다고 한다. “one, two, three, three and one, five, two threes.” 그리고 몇 달째 하나의 단어가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거 하다가 집어 치우고, 저거 하다가 집어 치우고, 이리 살다가 집어 치우고, 저리 살다가 집어 치우고, 이거 쓰다가 집어 치우고, 저거 쓰다가 집어 치우고…우우, 육을 삼 두 개라고 하다니. 그러면 그대, 7은 무엇이라고 할텐가. three and two twos인가.

저 디엔에이는 누구의 디엔에이인가?

뭐 배울 게 있다고 학교에 가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엄동설한에 집에서 스타크래프트나 하지 굳이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멀쩡하게 인사하고 나간 언이, 모닝 커피 한 잔 고독하게 마시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그러니까 한 10분 쯤 있다가 다시 돌아 와 제 엄마를 찾는다. 안방에서 꽃단장을 하고 있던 아내, 자식 새끼 목소리에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버선 발로 뛰어나온다.

엄마, 책가방!

오호, 장하다. 뭐 배울게 있다고, 잊고 갔으면 그냥 갈 일이지 가다 말고 굳이 다시 돌아와 책가방 챙기면서 까지 학교에 가겠다는 건지 그 연유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녀석이 다시 신종 플루가 창궐하는 국립보통학교를 향해 장도에 오르고 난 뒤, 우리 부부는 서로 저 자식이 상대방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갈 곳도 없는 엄동설한 이 아침에.

오늘의 문장

“다시 말해 ‘장미’는 주어의 자리에, ‘붉다’는 술부의 자리에 놓고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석수 (옮김), <<순수이성 비판 서문>>, 책세상,2002,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