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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몰락한 문중에서 야유회 가잔다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자식 눈치 보며 슬쩍 권유하시고
어머니, 굳이 주차장까지 따라 내려와 차창 밖 어둠 속에서 쓸쓸히 손을 흔드시고

본가에 애 셋을 맡겨두고 강변북로를 달려오는데
멈추지 않는 출혈처럼
내 몸 밖으로, 저절로 자꾸만
자꾸만 저절로
흘러 나오던 노래, 노래, 노래는 어느 가수의 지나간, 슬픈
슬픈 지나간
노래, 노래, 노래인가

슬픔은 가속 페달을 밟아 어디로 가는가
카메라는 왜 속도를 감시하는가

급경사와 급 커브만 남은 길
급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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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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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동네 야산을 오르는데
해드랜턴 불빛 속으로 나방 한 마리 불쑥
날아 든다 또 그대인가 순간
나는 놀란다 이것이 헛것이다
12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딸아이 단원평가 수학 시험지를 확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
그리고 권총 하나 장만해 두어야겠다는 생각
숲에는 처녀 귀신도 없고
숲에는 정령도 없고
나는 참고인인가 피의자인가
세상은 왜 나를 소환했는가
중환자실에서 잠시 의식이 돌아온 노인은
시집간 딸의 손에
나 간다
고 힘겹게 쓰고 갔다
저녁 먹고 동네 야산이나 오르다가
그러니까 이렇게 살다가
나도 그런 식으로 갈 것이다
저기가 비오는 밤 고슴도치를 암매장하고
소주를 부어준 곳이다
내 의식에는 저기 같은 곳이 곳곳에 있다
해드랜턴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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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자연 사건 9명 입건..<조선> 임원은 불기소”
한겨레: “경찰, ‘장자연 사건’ 언론인 빠진 9명 입건”
경향: “故장자연 사건 9명 입건…언론인은 빠져”

언론인?
<조선> 임원?
이건 뭐 도무지 호형호부가 안 되는구먼.
대한민국 언론들은 죄다 홍길동인 모양이네.
그 분! 뉘신지 모르지만 거의 볼드모트하고 동기동창이신 갑다.
THE-ONE-WHO-MUST-MOT-BE-NA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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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짧은 바늘이 1과 2 사이에 있고 긴 바늘이 6을 가리키고 있으면 몇 시야?
1시 30분. 근데 야 인마 너 시계 보는 법 다 가르쳐 줬잖아. 그것도 몰라?
좀 잊어 버릴 수도 있지, 뭘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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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다 꽃이 진다 꽃 사진 하나 찍지 못했는데 꽃이 진다 일년에 딱 며칠 동안만 온전하게 꽃인 꽃이 개처럼 진다 문제는 정치다 정치적으로 말해서 꽃은 개새끼다 떨어진 목련꽃잎이나 주워 갈기갈기 찢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