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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황제를 위하여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2, 2003(7쇄)
1. 인용__
그러다가 황제는 문득 그 기자에게 수상쩍은 눈으로 물었다.
“너는 무엇하는 자냐? 어째서 믿으려 들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캐묻는냐?”
“신문사 기잡니다. 계룡산에 취재 나왔다가 폐하의 말씀을 듣고…….”
“그럴 줄 알았다. 물러가라. 내 이미 세상의 시비를 잊었으니 너희 무리와 어울려 말을 나누고 싶지는 않다.”
“폐하, 어찌하여 신문을 그리 나쁘게 보십니까?”
“내 도리어 묻겠다. 너희들이 관리냐? 남당(남한 정권. 따위 주)이 흔히 하는 선거라는 것에 뽑혔느냐? 아니면 무슨 과거(科擧) 같은 시험이라도 쳤느냐?”
“선거도 국가고시도 치른 바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너희들의 그 대단한 권세는 어디서 나왔느냐?”
“권세라니요? 저희들은 다만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여러 가지 세상 소식을 전해 줄 뿐입니다.”
“어떤 특정한 패거리의 주의 주장을 퍼뜨리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힘있는 자들의 비행(非行)을 묻어주거나 변명해 주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끔찍한 일만 골라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잡스러운 얘깃거리나 꾸미는 것도 세상 소식이냐?”
2. 생각__
요즘 그의 행적을 보면 그는 자신의 작중 인물인 ‘황제’ 보다도 못한 것 같다. 모르지. 혹은 황제처럼 미망에 빠져있는 것인지도.
이로써 그를 다시 읽을 일은 없어졌다.
3. 쓸 데 없는 궁금증__
<<황제를 위하여 1>>은 2004년에 8쇄까지 찍었는데 <<황제를 위하여 2>>는 2003년에 7쇄까지 찍었으니 그 차이는 읽다가 그만둔 독자들이 있다는 뜻일까?
2003년 9월 30일 오전 4시 25분에서 8시 57분 사이에 문제의 개미는 평소처럼 방안을 여기저기 헤매고 있었다 침대 발치쯤에 이르렀을 때 개미는 어제까지 없던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뭐 먹을 게 있나, 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미가 미처 답사를 끝마치기 전에 아내가 구워준 토스트를 먹고 아내가 타준 모닝커피를 마시며 이승엽이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채 “또 하루가 갔다”는 신문을 읽고 베란다에서 유치원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아, 가을인가 얼굴이 땅기네, 스킨을 발라야겠다, 하며 스킨을 바르고 난 다음 나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은행나무 아직 노랗게 물들지 않았음’하고 누군가에게 상상으로 전보를 치고 버스를 탔고 자리에 앉았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몇 정류장 쯤 지났을까 나는 문득 가방에 묻어 있는 문제의 개미를 보았다 나는 개미를 손가락으로 톡 쳤, 아차, 싶었지만 개미는 툭하고 떨어졌다 개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읽던 책을 계속해서 읽었고 버스는 계속해서 달렸다 한편 버스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개미는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고 생각했다 개미는 졸지에 넓은 세상으로 나왔으나 졸지에 갈 곳이 없어졌다 한편, 개미의 집에서는 아무도 개미의 부재를 알지 못했다
p.s. 찾아보니 작년에 이런 것도 썼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