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의 제야

고종석(지음), <<엘리아의 제야>>, 문학과지성사, 2003

잘라 말한다. 얘기꾼으로서의 고종석은 실망스럽다. 이 소설집은 지은이의 ‘자기 목소리’의 동어반복이다. 그 ‘목소리’는 내가 <감염된 언어>나 <서얼단상>이나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등에서 들었던 목소리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의 전작 <기자들>이나 <제망매>를 읽어보지 않아 이 판단은 섣부를 수 있다. 문제는 그의 전작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질 않는다는 것.

말미에 김병익의 해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그는 마침내, 인문주의자에서 소설가로서의 운명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문장은 좀 민망하다. 뭐, 어차피 덕담이겠지만.

한라산

마음이여, 이름을 토하고 싶은가
구름 속에 머리를 쳐박은 한라산
어떤 회한에 몸 들썩인다
렌트카가 힘겹게 산을 넘는 동안
나에게 와 고작 토악질 거리가 된 이름들에게
나는 용서를 빌었다

바람으로 인테리어한 마음엔
토할 이름도 남아있지 않았다

+ 따위야 노올자. = 따위

+ 따위야 노올자.

= 따위 없다.

+ 따위야 노올자.

= 따위 없다니까.

+ 따위 어디 갔어요?

= 응, 어디 갔다.

+ 어디요?

=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하게?

+ 그냥 궁금해서요.

= 별 싱거운 놈 다보겠구나. 어쨌든 따위 좀 가만 내려버두련.

+ 알겠어요. 저 근데 따위 언제 와요?

= 때되면 온다.

+ 네에. 저어~.

= 또 뭐냐?

+ 아니예요. 저 그럼 안녕히 계세요.

= 별 싱거운 놈 다보겠구나. 너도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