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지음), <<엘리아의 제야>>, 문학과지성사, 2003
잘라 말한다. 얘기꾼으로서의 고종석은 실망스럽다. 이 소설집은 지은이의 ‘자기 목소리’의 동어반복이다. 그 ‘목소리’는 내가 <감염된 언어>나 <서얼단상>이나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등에서 들었던 목소리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의 전작 <기자들>이나 <제망매>를 읽어보지 않아 이 판단은 섣부를 수 있다. 문제는 그의 전작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동하질 않는다는 것.
말미에 김병익의 해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그는 마침내, 인문주의자에서 소설가로서의 운명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문장은 좀 민망하다. 뭐, 어차피 덕담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