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와 소나기를 갈겨대기 시작한다. 맨살의 아스팔트, 살점 뚝뚝 떨어지고 풀잎들, 시퍼렇게 멍든다. 비닐우산, 너덜너덜 해진다. 잠시 후 비는 그치고 태양이 구정물과 흙탕물과 핏물과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을 야유하고 위로하며 적외선과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내리갈긴다. 지상은 무슨 일 있었냐는듯 그냥, 저하던 낮은 포복이나 계속한다.

 
 
 

‘이성간의 어깨동무 및 손잡고 다니는 행위’는 50점 ‘동성간의 비정상적인 교제’는 80점

지난해 3월 인천외고에 부임한 이남정 교장은 명문 고등학교 변신 계획의 총대를 메고 있었다. 이교장은 학생들에게 스파르타 교육을 했다. 2003년에는 유급 제도를 시행해 1·2학년 34명을 유급 대상자에 올렸다가 학부모의 서약서를 받고 철회했다. 2004년에 는 벌점제도를 만들었다. 벌점제는 그 기준의 투박함 때문에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각은 벌점 5점, 두발 위반은 10점, ‘이성 간의 어깨동무 및 손잡고 다니는 행위’는 50점,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교제’는 80점이다. 규정상 벌점 100점이 넘으면 퇴학시킨다고 되어 있다.

기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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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7월 집, fm2, nikkor 50mm 1.4f fuji superia autoaut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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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태풍이 베란다높이까지 올라와
창문을 뒤흔드는 일요일 아침,
이 生에 나는 더는 욕심없어라.
온 식구가 이렇게 이불 잔뜩 널어놓고
뒹굴며 한 세상 지나가면 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