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가

축생아, 축생아
살처분 줄게
새 고기 다오.

축생아, 축생아
살처분 줄게
새 고기 다오.

병든 고기 말고
더러운 고기 말고
맛있는 새 고기 다오.

축생아, 축생아
살처분 줄게
새 고기 다오.

%?!*&%#@

얼마 전에 워드프레스를 최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몰랐는데 이제 보니 댓글과 관련해서 뭔가가 이전 버전하고 달라진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쓴 댓글도 관리자 메뉴에 들어가 ‘승인’을 해야 한다. 자기가 자기 댓글을 승인해야 하는 블로그 툴이라니. 뭔가 코믹한 상황이다.

***

Feb 9, 2011 덧붙임:
WordPress 3.0.5 Version으로 업데이트 하니 내가 쓴 댓글을 내가 승인해야 하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CAFE NOIR

극중인물 중에 감정이입을 시켜볼 대상이라고는 그나마 신하균이 연기한 음악 선생 밖에 없는데, 이 양반, 하시는 액션과 비해이비어마다 꼬질꼬질하고 지지리도 못나서, 저분 대관절 왜 저러시나, 여자가 그만 만나자면 어차피 불륜으로 만난 사이인데 하루이틀 괴로워 한 다음에 훌훌 털고 일어나 어디 가서 다른, 곱고 외로운 유부녀 꼬시면 되지, 세상 실연은 저 혼자 다 당한 것처럼 참 못나게도 구네, 하는 생각은 들어도, 저분 정말 괴로우시겠다, 콱 죽어버리고 싶으시겠다, 는 식으로 공감이 간다거나, 아니면 이 양반이 지가 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의 뒤통수를 망치를 갈기지 못하고 망설이는 순간에, 야 이 새끼야, 그냥 확 내리치란 말이야, 하면서 어떤 ‘치달음’을 지지해 줄 수도 없는데다가, 신하균하고 바람 핀 유부녀나, 신하균만 해바라기하는 동료 선생이나, 신하균한테 제 사정 다 털어놓고 소설가를 기다리는 이상한 언행의 처자나, 혹은 신하균의 동선과 이상하게 겹치는, 이별통보 전문 메신저인 택배 소녀나 하나 같이 난감한 여자 사람들인지라 나로서는 전혀 애정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 시간 넘도록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 마음 둘 곳이 없었음이다.

자연, 저건 영화야, 나는 지금 저녁 먹고 홀로 영화관에 와서 정성일이 만든 영화를 보고 있는 중이야, 내가 미쳤지, 나도 저 남산 케이블카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언제였더라, 저쪽이 용산이고 저기가 나 어릴 적 살던 동네구나, 괴물의 주무대는 저기보다 하류 아니었나, 저 광장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녹두전 잘 하는 집이 있지, 막걸리 하고 곁들여 먹으면 좋은데, 음, 명동성당이군, 성모님도 안녕하시군, 아니 연신내 간다면서 사직터널 지나서 무학재 쪽으로 우회전 해야지 왜 직진하는 거야, 연대앞으로 해서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쪽으로 돌아가려나, 아니면 ‘그림’이 이 길이 더 좋았나, 하는 식으로 내 의식이 스크린 밖으로 자꾸 튕겨져 나왔음이다. 그냥 영화는 영화고 나는 나였는데, 그래도 영화는 묘하게 매력적이었음이다.

죽일 놈의 사랑은 짧고, 무슨 동원 양반김도 아니고 살짝 살짝 두 번 차인 사내의 덧없는 인생도 짧았지만, 롱테이크는 정말 길었다. 죽지 마라, 죽지 마라. 젊은 베르테르는 죽었지만, 괴테는 살아남아 관직에도 오르고 그랬다.

짜파게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제 어미를 따라 마트에 다녀온 막내가 시장 바구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준다. 짜파게티다.
녀석의 얼굴에는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가득하다.
아빠, 이거 내가 엄마 따라가서 사온거야, 내일 맛있게 끓여먹자, 아빠도 좀 줄게, 하는 거 같다.
퍼뜩 정신이 든다. 살아서 짜파게티 많이 사줘야겠다.

여드름

저녁 식탁에서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어려서 여드름 많이 안 났어?”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 얼굴에 여드름이 돋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영 심란했던 모양이다.
“안났지 그럼. 내 피부는 말야, 여드름 하나 없이 백옥 같았다구.”
그러자 가족들이 일제히 설마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 녀석 쯤은 속으로, 또 뻥 치시고 계시네, 라고 추임새를 넣었을 지도 모르겠다.
“피부가 저렇게 인텔렉츄얼 한데… 여드름이 안 났을 리가 없는데…”
아내가 불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피부가 인텔렉츄얼 하다는 건 내 피부가 지성이라는 뜻이다. 이런 걸 ‘이루족족’ 말로 다 설명해야 한다. 인간은 인간대로 피곤하고, 언어는 언어대로 참 피곤하시겠다.
“사춘기 때 내 피부가 얼마나 고왔냐 하면 말이야. 지나가는 여학생이 한번 만져보자고 덤벼들 정도…”
이런 식으로 ‘야부리’가 파도가 되고, 파도가 해일이 되고, 해일이 썬더스톰이 되고, 썬더스톰이 빅뱅이 되려고 하는데 어디서 블랙홀 같은 막내 녀석이 튀어 나와 초를 친다.
“근데 지금은 왜 그래?”
이런 걸 보고 전문용어로 다 된 밥에 재뿌린다고 하는 거다. 키드득. 가족들, 속이 다 후련하다는 표정이다.
아내가 촌철살인이네, 한다.
“엄마, 촌철살인이 뭐야?”
“니들은 좋겠다. 아빠 닮았으면 여드름 안 나겠다.”
“엄마, 촌철살인이 뭐냐니까?”
이하 중구난방이다.
“살인이 그 살인인가?”
“아니 작은 쇳조각으로 사람을 왜 죽여?”
그러게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