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지난 새벽, 실연당한 것 같은 어느 모르는 여자의 슬픈 목소리를 내 불안한 꿈과 잠시 연결해 주었던 핸드폰, 일요일이 다 가고 아이들 데리고 처가에 간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 찾아 보니 침대 밑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있다. 잠결에 내가 핸드폰을 휙 던졌던가? 문득 핸드폰에게 미안하다. 나는 조용히 방을 나와 유선전화를 집어들고 내 핸드폰에게 전화를 건다. 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 놓고 핸드폰에게 간다. 방금 또 한 차례 경련을 끝낸 핸드폰은 아무일 없다는 듯 방바닥에 무심하게 엎드려 있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폴더를 연다. 2007년 3월 11일 일요일 오후 9시 25분 부재중 전화 1통. 나는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한다. 언제 올 지 모를, 어쩌면 영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신호를 무심하게 기다리려면 버틸 힘이 있어야 하니까. |
훌라걸스
영화 <훌라 걸스>에 대한 감상을 몇 자 적으려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부질 없다. 이렇게 몇 자 끄적거려 놓는 것도 부질없기는 매한가지다.
입학식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한 아들 녀석, 식순에 따라 국민의례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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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유감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만 하더라도 영국에는 “창문세The tax on windows”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창문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환기를 목적으로 벽에 구멍만 뚫어도 ‘얄짤없이’ 창문으로 계산되었다고 하니 제법 악랄했던 모양이다. 없는 사람 집은 자연 어두컴컴할 수밖에. 그랬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