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무심이 뭐냐고 물어 왔다.
기념으로─이게 무슨 기념할 만한 꺼리가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다만─크게 쓴다.
p.s.
그리고 조 위에 있는 ‘밑천 다 떨어졌다’는 지금 보니 ‘밑천 다 거덜났다’가 낫겠다.
아니면 ‘밑천 다 드러났다’도 나쁘지 않고…
무슨 밑천이냐고 ‘구지비’ 물으신다면 ‘존재의 밑천’이라고 말하겠어요.
딸아이가 무심이 뭐냐고 물어 왔다.
기념으로─이게 무슨 기념할 만한 꺼리가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다만─크게 쓴다.
p.s.
그리고 조 위에 있는 ‘밑천 다 떨어졌다’는 지금 보니 ‘밑천 다 거덜났다’가 낫겠다.
아니면 ‘밑천 다 드러났다’도 나쁘지 않고…
무슨 밑천이냐고 ‘구지비’ 물으신다면 ‘존재의 밑천’이라고 말하겠어요.
엄마, 내가 5백원만 주라, 그러면 왜, 그래야 돼. 그러면 내가 딱지 사게, 그럴거야. 그러면 무슨 딱지, 해. 그러면 내가 코딱지 그럴거야, 알았지? 엄마.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헤헤. 재밌다. 기언아.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에이, 더러워. 엄마, 엄마, 난 엄마가 좋아.
어떤 영화를 보았습니다 빌려보았습니다 디비디로 보았습니다 노트북으로 보았습니다 책상에 앉아 보았습니다 밤 늦도록 보았습니다 혼자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아내가 잠깐 다녀갔습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잔여 시간을 두 번 확인했습니다 그때마다 현재 시각도 확인했습니다 오늘 난 어떤 사람이 자주 언급하던 어떤 영화를 보았습니다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영화를 보았다고 말해주겠습니다 어쩌면 말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내게 어떤 영화를 말하세요 언젠가 보겠습니다 어쩌면 영영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도서관 다녀 오는 길, 놀고 가자는 나우의 말에 비탈진 잔디밭에 덜퍼덕 주저 앉았다. 나우는 언이를 데리고 언덕 아래 놀이터로 내려가고 나는 ‘무슨 무슨 역사’ 책을 읽고 기엽이는 ‘우주의 팽창’을 봤다. 얼마 후 그동네 토박이 아이들이 골판지를 가져다가 잔디밭에서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그걸 보더니 나우도 따라 타기 시작했고, 기엽이도 따라 했다. 막내는 덩달아 소리를 질러 댔다.
날이 저물고 기온이 떨어지길래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오는 동안 녀석들은 아주 신이 났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있는 건 처음이야.” “우리 집에 가서 썰매 만들자.” “그래, 좋아.” “엔진을 달면 어떨까?” “안전 벨트도 매야지, 누나.” “아빠, 우리 내일 또 여기 와서 놀아도 돼요?” “집에 가면 엄마 한테 할 말이 정말 많겠다, 그치?”
그래, 놀아라, 놀아. 노는 게 남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