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날아다니는 풍경

파리 한 마리
나와 노트북 사이를 날아간다

경이로와라
생명이여

나는 친구 사무실에서 훔쳐온 고등학교 문법책을 들여다 보고 있고
노트북 모니터에는 당신의 블로그가 떠있다

 

 

 

 

 

 

따위 블루 37’2

<베티 블루>를 봤어요.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잃고 글을 썼어요. 치닫는 건 무서워요. 난 눈보다 더한 것도 도려낼 수 있죠. 이번 주는 은유 주간이에요. 아이들에게 은유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거죠. <일 포스티노>를 보여 줘야 겠어요. 다 쓸 데 없죠. 그 남자는 왼손잡이였어요. 광기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어요. 아이에게 만년필을 사줬어요. 나도 한 1년 만에 손에 펜을 잡았죠. 뭘 쓰겠다는 건 아니에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왔어요. “글 쓰는 거랑 벽 허무는 게 무슨 관계지?” 아이는 꿈속에서 <수학 귀신>을 만나겠다고 벼르다가 잠들었어요. 그럴려면 그러라죠 뭐. 날은 춥고 대화는 없었죠.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잃고 글을 썼어요. 그 남자는 왼손잡이였어요. 그 쓸쓸한 장면에서 문상객 명단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어요. 영화가 끝났죠. 인생이라고 뭐 다르겠어요. 죽을 때는 내게 와서 죽길 바래요. 담배가 피우고 싶어요.

 

 

 

 

 

 

1103

백운대 정상에서 MP3로 슬픈 노래를 듣다.
하산 길에 MBC 카메라에 찍히다.
계곡에서 발씻다.

껍질의 시간

당대의
햇살
바람
농약
다 견디고
다 지나와
방울
방울
맺힌
제주 감귤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껍질은 버렸다

우리집에는 금송아지가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63빌딩에 다녀왔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63빌딩에 가야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KTX를 타봤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KTX에 태우고 부산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수족관에 가봤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수족관에 데려가야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롯데월드에 가봤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롯데월드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야겠습니다. 솜사탕도 사주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에버랜드에 다녀왔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에버랜드에 가서 이곳이 엄마 아빠가 연애할 때 왔던 곳이라고 말해주어야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친구가 자기 집에 금송아지가 있다고 자랑을 했답니다. 언젠가 우리집에도 금송아지 한 마리를 키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