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잘 가거라, 슬픔의 운동회여!
따위) 왜 슬퍼, 져서?
우) 네에, 그렇지요.
따위) ……
우) 아휴, 번데기 하나라도 먹었으면!
우) 잘 가거라, 슬픔의 운동회여!
따위) 왜 슬퍼, 져서?
우) 네에, 그렇지요.
따위) ……
우) 아휴, 번데기 하나라도 먹었으면!
영어 사전, 독어 사전, 불어 사전, 일어 사전,
현재 이렇게 4권의 사전이 책상 위에 올라 있다.
그리스어 사전, 이태리어 사전, 러시아어 사전, 스페인어 사전,
이렇게 4권의 사전도 있었으면 좋겠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어디선가 만난 남녀가 다음 장면에서 ─ 1초도 안 지나서 ─ 강가에 서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오늘 내가 그랬다. 8년 만에 찾아온 누군가를 어느 지하철역 5번 출구에서 픽업하여 강가로 차를 몰았다. 인적 드문 강가에 나란히 앉아, 어두워 가는 강물에 돌멩이를 몇 개 던져 넣었다. 얼마 후 그는 떠났고, 늘 그렇듯 다시 만날 기약은 없다.
─ 이기언 作
옛날 옛날 착한 전기 뱀장어가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기 뱀장어는 전기 가오리를 만났어요.
또 가다가 전기 메기를 만났어요.
그리고 전기 가오리는 떠났고
전기 뱀장어와 전기 메기는 서로 다른 곳을 찾아 갔어요.
안녕, 난 갈게.
(끝)
오전 2시 20분
삑삑삑삑삑, 다섯 개의 숫자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다.
문을 연 나는,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는 아내와 딱 마주친다.
이크, 제대로 걸렸네.
아내가 묻는다.
누구랑 마셨어?
낯선 사람들이랑.
나는 짐짓 태연하게 대답한다.
거짓말마. OOO이랑 마셨지.
나는 완강하게 부정한다.
정말이야, 낯선 사람들이랑 마셨어.
그러나 아내는 알고 있다, 내가 OOO이랑 술마셨다는 걸.
그러나 나는 낯선 사람과 술을 마셨다고 세뇌하며 잠자리에 든다.
거리에 낯선 사람들 참 많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