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그는 부쩍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는 7권의 책을 於中間하게 읽고 있다 그는 처음으로 클래식 음반을 하나 샀다 그는 최근에 알게 된 어떤 사람에게 술 한 잔 하자고 말해 놓은 상태다 딸이 성이 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넣는 거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치과의사가 어금니를 뽑을 때 그는 입 속에서 시작된 균열이 자신의 전 생애로 번져나가리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 들어 그는 부쩍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신문사 지국의 전화는 계속 불통이다 그는 신문사절이라고 써붙여 놓고 아침마다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만화를 본다 그는 해야하는 어떤 전화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는 대학 때 독일어 대리 시험을 봐달라던 친구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한 걸 오늘에야 후회했고 참회했다 (계속)

경기보통도

아빠, 나 서울특별시에서 만든 타임 캡슐 봤다.
응? 뭐라구?
나 서울특별시에서 만든 타임 캡슐을 봤다구.
응, 그래, 그렇구나. 어디서?
책에서.
책?
응, 그게, 사실은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만드는 활동지.
응, 그랬구나.

그랬는데, 경기도에 사는 나우가 꼬박꼬박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 하니까 갑자기
아, 그래, 맞다, 내가 경기보통도에 살고 있었지, 하는 자각이 확 밀려오더란 말씀.

0901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 등 우수한 전산 인력들이 성인오락실 게임 프로그램 제작에 동원되었다. 여느 IT 벤처 기업보다 성인오락실 기업 쪽이 대우가 좋았다.” ─ 시사저널 2006.9.5

시즌 대비 텍스트

“우리가 병이나 실어증에 걸리듯이 고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때로 하나의 존재가 되기 위해 둘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부른다. 자신의 내면에서 고뇌와 공허밖에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 ‘포기’라는 말은 오로지 ‘버림받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독은 축복받은 것이라고 설교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내면으로 돌아오도록’ 초대해 보시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집에 돌아와야 하는 사람의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 귀가가 풍성한 것이라고, 그들의 고독이 행복한 것이라고 축복해 주어도 소용 없다. 음악의 어둠 속에 환한 빛이 있다고 말해 봐야, 책의 침묵을 다정한 목소리하고 말해 봐야 소용 없다. 그들은 불이 켜져 있어야 잠이 들며, 스위치를 넣은 텔레비전 화면만이 이들이 해체되지 않도록 지켜준다.” ─ pp. 143~44(책 제목은 말하지 않겠다.)

쓸쓸한 공연

존재가 떤다는 건 어떤 걸까 알아보기 위해 탈수 작업중인 삼성 손빨래 수중강타 SEW-MV100 세탁기를 4분 동안 껴안고 있었다 그러자 존재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니다 사실은 아내가 빨래좀 널어달라고 해서 세탁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심심해서 세탁기를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 불행하게도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은 레고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한 차례 경련과도 같은 진동을 끝내고 작업종료 멜로디와 함께 고요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존재의 떨림을 주제로한 세탁기와 나와의 쓸쓸한 공연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