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어제낮 병원 셔틀버스에서 서럽게 울던 여자애 지금 쯤 자고 있을까. 머릿가죽 찢어졌던 자리가 성가시게 가려운 새벽. 어제는 또 누군가에게 글을 쓰라는 충고를 들었다. 멸치국물 내고 건져낸 멸치건더기를 얻어먹은 창밖의 노숙자 고양이. 도서관에 반납해야 하는 책 여덟 권. 새로 산 시집 두 권. 병원행 지하철에서 읽은 책 한 권. 목마른 새벽. 귀가길 간이 숲에서 주우려다 만 솔방울 두 개.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행위. 혁명. 수학교과서 시험범위 안에는 모르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2014.02.05

갈대는 바람에 흔들린다고 알려졌다.
이게 오늘의 문장이다.
광각렌즈가 필요했다.
뽕짝 스피커를 장착한 자전거가 지나갔다.
복면을 한 여자들이 지나갔다.
나란히 있는 오리 두 마리는 부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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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오리는 물이 싫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오리는 물에서 살았다. 하루 몇 번의 이륙과 착륙, 그게 다였다. 높게 나는 건 오리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오리는 물에서 살았다. 

메모

산책을 하다가 무서운 생각을 떠올렸다. 그 생각은 너무 슬퍼서 어디에도 쓸 수 없다. 없었다.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잊겠다. 그 생각은 잊혀졌다. 잊혀질 것이다.

그만

차단당한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다. 이럴 줄 알았다. 차단당했으면 그만이고 알았으면 그만이고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이면 그만이다.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