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실수하면 웃긴다

실수하면 웃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실수하라. 넘어지고 자빠져라. 방구 껴라. 밥 먹다가 밥알을 튕겨 나오게 하라. 유리문 없는 줄 알고 유리문에 부딪혀라.

한 가지 명심할 건 실수로 실수하지 말고 일부러 실수해야 한다는 것. 말을 바꾸면, 실수를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

마분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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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공룡 따위를 좋아할까? 내 보기엔 그놈이 다 그놈 같은데, 아이는 ‘트리케라톱스’니 ‘벨로키랍토르’니 ‘티라노사우르스(내가 아는 유일한 공룡이름)’니 하는 이름의 공룡들을 만들어 방바닥에 잔뜩 널어놓고는 사진을 찍어달란다.

어쩌면 덜거덕거리는 마분지 애니메이션을 만드시는 ILA님이 어려서 이딴 거 하고 놀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 당신! 이 따위넷에 얼쩡거리시지 말고 바로 지금 “낮은데서 바라보기 ─ 6mm로 본 사람과 세상”에 가서 찬찬히 ILA님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시라. 당신 가슴에 6mm의 금이 가는 걸 느끼게 될 거다. 아, 글쎄. 얼른 뛰어가라니깐!

정신적 재산관리인

18세기까지는 작가란 단지 자기 독자층의 대변인에 불과했다. 하인과 관리들이 그들의 물질적 재산을 관리하듯이 작가들은 독자의 정신적 재산을 관리했다.

─ 아르놀트 하우저(지음), 백낙청 염무웅(옮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개정판)>, 창작과 비평사, 1999

8. 망신당하면 웃긴다

망신을 당하면 웃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망신을 당하는 걸 두려 하지 말라. 대신에 어떻게 하면 망신을 제대로 당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라.

고등학교 시절 전교학생회장을 지낸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이 어느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가재도구와 세간살이를 다 때려 부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요구사항은 의외로 간단했다.
__엄마, 나 새 빤쓰 사줘!
석봉 모가 나섰다.
__석봉아, 그렇게 성질부터 부리지 말고 자초지종을 얘기 하거라.
사단인 즉 이랬다. 전교생이 다 모인 강당에서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은 학생을 대표하여 바지를 내려보여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안타깝게도 때마침 그의 빤쓰 엉덩이에 농구공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것이었다.

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들. 지나가던 새들도 웃고, 쥐 구멍속의 쥐들도 웃고, 양호선생도 웃고, 새까만 후배들도 웃고, 선생님들도 웃고, 유리창문도 웃고, 공기도 웃고, 강당 바닥이 다 일어나 웃고, 하늘도 땅도 웃는 소리!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개망신!

이 전교학생회장! 얼굴 들고 학교를 끝까지 다녔을까? 물론 그랬다. 누구였을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다.

망신도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이다. 이 정도는 돼야 진정한 쪽팔림의 반열에 드는 사건이다. 모름지기 남을 웃기려는 자는 이런 것도 까발려야 한다. 망신과의 동거! 웃기는 자. 그에게는 언제든 부채살처럼 뻗칠 수 있는 망신살. 이게 필요하다. (우리 살람 오랜 만에 넘버쓰리 송강호 톤을 써본다해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