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웃긴 얘기는 웃긴다

하나마나 한 얘기지만, 그러니까 말 안 해도 그만이지만, 웃긴 얘기는 웃긴다. 그러니 남을 웃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내가 보거나 들어서 웃겼던 얘기를 그 좋은 얘기를, 그 좋은 걸 아직도 모르는, 한심하고 불쌍하고 가엾고 불운하고 불우한 사람에게 얘기해 주면된다.

어느 날 내 관심을 끌었던 누군가의 메신저 아이디는 이렇다.
거리의 신문팔이도 머리 속에 헤드라인 몇 개는 가지고 다닌다.*

사정이 이러하니 내 하나 묻겠다.
당신은 머리 속에 웃긴 얘기를 몇 개나 쑤셔넣고 다니는가?
좋은 말로 할 때 몇 개만 털어놓으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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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거다 싶어 찾아봤더니 원문은 이렇더라.
The corner newsboy, too, has some headlines – in his head.
─ 핼 스태빈스 저/ 송도익 역, <카피 캡슐>, 서해문집. 169쪽,

직통

오직 젊은 예술만이 대중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장르가 오래되면 그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발전단계들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떤 예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형식과 내용의 적절한 결합을 의식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이 젊은 동안에는 그 내용와 표현 형식사이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단순하다. 즉 주제에서 형식으로 직통하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러한 형식들은 소재에서 독립하게 되며 점점 공허해져서 특별한 교양을 쌓은 소수의 계층밖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 아르놀트 하우저 지름, 백낙청 염무웅 옮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4> 315p

“직통하는 길이 열려 있다.” 직통하는 길이, 직통, 직통, 직, 통, 直, 通
이쪽 가슴에 파이프 하나 쌔리 박고, 한쪽 끝을 그쪽 가슴에 팍 찔러 넣은?

맏딸이 최고

큰 신문지 옆에 차고 화장실에 들어앉았다. 화장지가 없다.
__아빠, 화장지 갖다 줄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그러나, 아무도 아빠에게 화장지 갖다주지 않는다. 내 저희에게 좋은 옷 입히고 맛난 것 먹이기 위하여 그 좋아하는 미술관에도 안가고 오늘도 지구방위에 여념이 없건만. 어쩐다? 물러설 내가 아니다.
__아빠, 화장지 갖다 줄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그러나, 아무도 아빠에게 화장지 갖다주지 않는다. 어쩐다? 신문지? 에이, 그게 말이 돼? 오날날같은 대명천지에 신문지라니! 어쩐다? 할 수 없다.
__우야, 아빠 화장지 좀 갖다 줘~~.
그러나, 우는 투니버스 보느라 바쁘다. 이제 막 호빵맨이 세균맨을 무찌르려고 하는 찰나에 그까짓 화장지가 문제더냐, 하는 갑다. 어쩐다? 드러버라. 너만 자식이냐. 엽이도 있다.
__엽아, 아빠 화장지 갖다 주면 안잡아 먹지~~.
그러나, 엽이는 쬬코우유 먹느라 바쁘다. 이제 막 빨대 꽂았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도 돌려놓지 못하는 운명의 맛 앞에서 화장지라니? 그게 말이 돼요? 아빠, 하는 갑다. 어쩐다? 이제 신문도 다 읽었는데…엉거주춤 일어나 몸소 가지러가? 에이 그게 말이 돼? 어쩐다? 너만 자식이냐. 언이도 있다.
__언아, 아빠 화장지 갖다 주면~~,
하려다가 나는 멈춘다. 에이 그게 말이 돼? 18개월짜리가 화장지가 뭔지나 알어? 어쩐다? 뭐 이런 그지같은 경우가 다 있담? 자식새끼들 키워봐야 다 소용없다. 오, 그대 언제나 만만한 나의 아내여!에게 부탁할까? 안돼! 아내는 오늘 아침에 계속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언제나 되어야 아침식탁에서 우아하게 커피를 곁들인 식사를 하느냐고, 어느 세월에? 하며 청춘을 보상하라고 난린데, 거기다가 대고 화장지 달라고 하면, 그게 말이 돼? 어쩐다? 어쩐다? 그래 역시 신문지가 최고야! 신문지? 그래! 신문지!

하는 순간에

우가 불쑥 화장지를 내민다. 눈물이 다 날려구 그런다. 역시 맏딸은 살림 밑천이다. 앞으로 우만 집중적으로 예뻐해야겠다.

10. 바보는 웃긴다

영화 <덤 앤 더머>:
바보와 더바보가 사막의 길을 걷고 있다. 웬 관광버스가 이들 앞에 멈춘다. 그러더니, 허걱,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내린다.

“어이, 형씨들!”

바보와 더바보 이게 웬떡이냐 싶은지 모공이 확대되고 바로 언니들 앞에 넙죽 대령한다.

“무슨 일이십니까?”

언니들이 대답한다.

“그게요. 그러니까 말이죠, 우리는 보시다시피 미녀들인데, 우리는 지금 무슨 미인 대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인데, 우리가 우리 등에 오일을 발라줄 바보들을 찾고 있거든요. (혹시 이 일에 관심있쑤?)”

바보와 더바보, 누군지 그 일을 맡게 될 바보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러워한다. 그래서 대답을 한다.

“저쪽으로 쭉 가면 마을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면 언니들 등에 오일 발라줄 행운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언니들, 뭐 이런 띨빡이 다 있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차문을 닫고 휭하니 출발한다.
이때 바보가 갑자기 더바보를 때린다. 바보와 더바보가 황급히 버스 꽁무니를 쫓아간다.

“이봐여, 언니들, 잠만여!”

가던 버스가 멎고 좀 전의 쭉쭉빵빵 언니들이 다시 내린다. ‘짜식들’ 하면서!
그러나 아니었다. 바보와 더바보는 언니들한테 마을로 가는 길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말한다. 언니들, 정말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차문을 닫고 가버린다. 영원히 가버린다. 바보와 더바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언니들 등에 오일을 발라주게 될 행운아들을 부러워한다. 영원히 부러워한다.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상황 끝이다.

바보는 웃긴다. 그러니 가끔은 바보가 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