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또 당신인가? 당신이 나를 칭칭 묶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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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지금은 이 사슬만이 나를 앞으로 가게 해줄거야
세상과의 불화는 너무 낭만적이야
세상과의 마찰이 좋아 세상과의 지긋지긋한 마찰이 좋아
아무튼 가자구 가보자구
이 몸으로 이 빌어먹을 세상을 문대며
이 하중을 질질끌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이 왜 먼바다의 섬들을 떠나 리마에서 북쪽으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이 해변에 와서 죽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새들은 더 남쪽도 더 북쪽도 아닌, 길이 삼 킬로미터의 바로 이곳 좁은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새들에게는 이곳이 믿는 이들이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 같은 곳일 수도 있었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자신들의 몸뚱이를 던져버리는 것일까. 피가 식기 시작해 이곳까지 날아올 힘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되면, 차갑고 헐벗은 바위뿐인 조분석 섬을 떠나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있는 이곳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 설명들로 만족해야 하리라. 모든 것에는 항상 과학적인 설명이 있게 마련이다.

─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문학동네, 2001

“세상의 끝, 희망의 끝, 그 모든 끝의, 생의 비리고 안타까운 아름다움” ─ 뒷표지 볼드이탤릭고딕체의 선정성 혹은 셀링포인트

1238호 기사

1238호 기사는 이제 완전히 낯이 익다. 불편한 인연이다. 그렇다고 38호가 올 때마다 걸러 탈 수도 없고 ─ 그래봐야 아쉬운 건 나다 ─ 그냥 생깐다. 그게 영 불편하다. 물론 내색은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