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목요일 아침

3호: (화장실 앞에서)엄마

(SE) 물소리

싸모님: …

3호: 엄마

(SE) 물소리

싸모님: …

3호: (볼륨을 높여서) 엄마아!

싸모님: 응?

3호: 오늘 목요일이야?

싸모님: 응

3호: 앗싸아. ‘특기적성’ 안 가도 된다아

아마 동생이 특기적성 간다고 꼭두새벽 8시부터 설쳐대니 형아가 점잖게 오늘 목요일이라고 말해주었을 것이다. 형아말은 일단 반쯤 찜쪄먹고 보는 동생은 사실 확인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제,

어제 저녁으로 시간을 달려보자.

#수요일 밤

3호: 아빠,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따위: 웬스데이

3호: 목요일?

따위: 응

그러고 말았다. 지가 코가 없어 냄새를 못맡는 걸 내가 어떡… 그랬는데,

녀석이 요일을 내게 물었던 이유가, 거창하게 말해서, 자기주도적 스케줄 관리의 일환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된 지금은 써스데이 모닝. 그러니까 금요일 아침. 굿모닝 박정근.

딸기쨈은 없다

마냥 방목만 할 수는 없다는 부질 없는 생각에 길 잃은 어린 돼지들을 붙잡아 앉혀 놓고 아류 광대짓을 해가며 한 시간 동안 어느 먼 나라의 말을 가르치고 난 연후에 오매 따땃한 방바닥에 배깔고 엎드려 나 홀로 외로이 실로지즘 문제 하나를 붙잡고 지적 대결을 벌이며 쉬고 있는데 밖에서 아빠한테 물어봐 아빠는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고로 오오 언제나 어디서나 오로지 육신의 양식만을 팔로잉하는 저 무지몽매한 돼지들이 이제 드디어 배움의 재미에 쵸큼 눈을 떠 뭔가 지적 혈투를 벌이고 있구나 나의 어린 돼지들이 과연 어떤 난제를 들고와 나를 괴롭힐 것인가 궁금해 하고 있는데 잠시 후 더 퍼스트 피그가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목을 디밀어 아빠 혹시 딸기쨈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하고 묻는다. 딸기쨈, 먹고 죽을래도 없다.

***
혹시 모를 오해를 사지않기 위해서 덧붙여 둔다. 위에 나오는 실로지즘은 삼단논법이 아니라 트리즘이라는 게임의 한 모드로써, 일종의 그래픽 퍼즐이다.

사냥은 개뿔

“더 중요한 점은, 원시 인류의 절단 자국이 이빨 자국에 덧입혀 있는데 이는 육식 동물의 이빨 자국보다 나중에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이로써 이 시기의 원시 인류가 위대한 사냥꾼이 아니라, 사실상 청소 동물이었음을 암시한다. 아마도 원시 인류는 고위급의 청소 동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로 큰 고양잇과 짐승들이 게걸스레 먹고 남긴 신선하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주워 먹었을 것이다.”

─폴 프리드먼(엮음), 주민아(옮김), <<미각의 역사>>, 21세기북스, 2009, p.41

“질소를 사면 양파링이 들어 있다.”

너는 형아가 소중해, 양파링이 소중해?
그야 평소 때와 반쯤 굶었을 때가 다르지.
평소 때는 어떤데?
그야 형아가 소중하지.
반쯤 굶었을 땐?
그땐 양파링이 소중하지. 안 그러면 내가 식인종이 될지도 모르거든.